안녕하세요
지꺼진둘레길입니다.
이번은 천아계곡 다음으로 도민분과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동백길 정보를 공유합니다.
출발은 9시 40분쯤 무오정사(법정사)에서 했습니다. 약 15킬로 3시간30분~4시간 소요

이곳은 입구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항일운동 발상지인 법정사가는 길이 열려있구요

그 당시 수형인과 전사자들을 기리는 유령비도 보입니다.
잠깐 묵념을 끝내고......

잠시 걷다보면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초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영실주차장 위 쪽 존자암까지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동백길을 택했으니 그냥 쭉 가면 될 듯

동백길이란 이름에서 알듯 동백나무들이 길섶으로 참 많이도 있었습니다.

둘레길 걷다보면 비슷한 풍경이 자주 보이곤 합니다.

동백길은 누구나 쉽게 걷고 한라산숲길을 마음에 담아가기 좋은 코스입니다.
위험하거나 그다지 힘들지도 않습니다.

사진 뒷편으로 꽃철을 미리 귀뜸해 주는 수줍은 새각시 같은 얼굴도 보구요

넘 이쁘지 않습니까

바위틈 비좁은 삶의 터전을 애써 가꾸며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요

이 알림판에 적혀있는 글 처럼 어린 동백나무들이 걷는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저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어린 손을 힘껏 뻗어 자만하지 말고 조금은 고개를 숙이면서 겸손하게 걷게 하는
그런 인생을 살게하는
지혜를 깨쳐주는 눈빛이 참 좋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모퉁이를 돌아 갈 때나 냇가를 건널 때 이렇게 소망하며 마음을 얹고 가는 간절한 손길들이 눈에 삼삼 보이기두 하구요.

저도 간절한(?) 뭔가가 있어기에, 주변을 한참 맴돌다 작은 돌 하나 겨우 찾아서 하늘닿도록 소망 탑을 쌓았네요,

이런 이정표가 일정한 거리마다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답니다

마침 전날 비가 온 뒤라 둘레길이 이렇게 물이 고여 있기도 했구요

키 큰 나무들과

동백이 어루러지고

또는 자신의 존재를 힘있게 드러내는 나무들도 있습니다.

동백길 산수화 한폭은 물이 빠질 수 없죠

한참을 앉아 있다보니 물흐르는 소리가 내 몸 안 어디쯤 아픈 응어리를 휘감아풀고 또 휘감고
모난 상처자국이 낙숫물에 씻긴 몽돌처럼 한순간 환해지는 마음입니다.

정말 계곡물이 시원했습니다.
전날 비가 적당히 온 터라 개울 (제주어로는 내창)이 범람하지 않고 아주 적당히 흘렀습니다.

제주 바람의 힘을 보여주는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 이름도 생소한 나무들

이름을 들어봤지만 모습을 모르고 있던 쥐똥나무

그리고 제주 조릿대

동백길 모퉁이를 지나면 나타나는 이 길은 마치 우리들 인생을 보는 듯 합니다.
저 고개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여기서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까치발로 서서 봐도 매한 가지였습니다.

동백길은 군데군데 과거의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 구멍들은

일제시대에 그 눔(?)들이 길을 내기 위해 큰 바위를 깨고 평탄작업을 하느라 사용했던 착암기 자국이라네요

비가 온 뒤라 땅속이 답답해서 지상으로 나온 나무뿌리도

세상에 가장 믿음직한 바위도 이끼옷을 입고 봄나들이 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물길이 끊긴 냇가는 온통 푸른 이낍니다.
이런 길을 걸으실 때는 특히 조심하셔야한다는 사실 정말 미끄럽거든요

이정표를 지나

이쯤에서 한 컷 ㅎ ㅎ

내를 건너자 가파른 등을 내어주는 동백길 너~어!

둘레길 어디나 있는 풍경 버섯재배농장

그리고 흔하지 않은 발견, 옛날에 숯을 굽던 숮가마터가 있었네요.

그리고 이곳에 덩치 큰 바위들이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어요
이름 한 번 지어주세요

저두요

앞만보구 걷게되면 놓치게 되는 바위들이랍니다.

천천히 주변의 풍경들과 교감하면서 걷다보면 다 알려주거든요.

이곳은 대가족이 살아도 될 법한 공간이 아래 있었습니다.

이 구간을 지나다보면 주변에 이런 우람한 나무이 많구요

이렇게 아픈 듯 보이는 애들도

제 눈에는 많이 보였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생존이라는 굴레를 쓰고 참 이쁘게도 삶을 만들어 놓았네요
우리도 열심히 삽시당!

다들 힘들고 치열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네요
한 줌의 흙과 한방울의 물로 100년.200년 버티면서 자신이 나무라는 본분을 잊지않고 살아가 듯
우리들도 인간이라는 본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삶은 없어야 겠죠

이쯤인가요

4.3유적지입니다.

숨소리 조차 내지 못했을 당시의 정적이
가슴 속에서 징소리로 저 아래 범섬을 치받는 파도처럼 아팠습니다.

한라산도 무너뜨릴 만한 함성도 질러보구,
목젓 붉은 절규로 다 해진 오지랖도 적셔보구,
그날의 눈빛,
오롯 안고 있는 저 이끼먹은 돌,
저 나무의 키 만큼 자란 시간들이 언제쯤이면 환하게 길을 열까요......

잠시 물소리로 마음을 채우고 치친 발도 거두어 배낭에 넣어 둡니다,

네 삼나무숲 군락지입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시죠

두팔로 안아도 어림없는 나무둘레입니다.

치솟음이 대단하지 않나요

푸른 하늘이 아플만큼 쿡쿡찔러대는 삼나무의 위력입니다.

이 구간 공기도 다른 듯하고, 함께 키도 크고 마음도 더 넓어진듯 품이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추억의 숲길로 가는 이정표입니다.

동백길은 길을 잃을 일이 거의 없는 무난한 코스라 길에 대한 말씀은 따로 드리지 않았습니다.
길이 내어주는 품만큼 걸음만 옮기면 된답니다.

동백길에는 이런 시설도 있습니다 알림판 글자가 몇 개 안남았네요

이곳을 지나는 물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를 알아보는 시설이라 생각함 되는 건가요 ㅋㅋ

이 나무는 땅에 제대로 안착을 못했어요ㅠㅠ

바위에 들떠서 뿌리를 못내리고 어렵사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제주도 한라산을 타고 오르는 태평양 바람이 세긴 센가봐요

아, 이게 뭘까요?

저것은 꽃대인가요, 줄기인가요?

얼핏보면 빗자루 같은데 사실은 나무 뿌리랍니다.

저도 신기해서 함 만져보았는데 정말 나무뿌리가 비와 바람에 쓸려서 이런 모습으로 하고 있는 거였어요.

동백숲 끝자락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런 첨탑이 보이면 돈네코 주차장에 거의 다 왔다는 겁니다.

이제 이 갈림길에서 좌측은 수악교 둘레길 방향입니다. 돈네코주차장은 우측으로 가심이

한라산둘레길의 분홍리본은 아니고 그냥 이름없는 붉은 리본 두 개가 있는 방향이 돈네코주차장입니다.

보시는 알림판은 돈네코 주차장에서 올라올때 보이는 것입니다,

동백숲길 끝입니다,

지나온 동백길숲 능선이구요

돈네코능선에서 바라본 서귀포에서 쬐끔 동쪽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보이는 저 마을도 살기가 참 좋습니다.

ㅎㅎ

약 4시간 정도 걸린 듯 합니다, 제가 동백길에 취해서 좀 놀다 왔거든요, 3시간30분정도면 되지않을까합니다.

돈네코탐방로 관리 사무소

내려가는 길

네, 주차장이 저만큼 서 있네요
"지꺼진둘레길"이 이쪽으로 옮겨 놓은 차량도 함께 있답니다.
역시 편하고 좋네요.
동백길 답사를 마치면서......
한라산둘레길의 참 모습을 오늘에야 본 듯 했습니다.
숲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아픔이 함께 공존하는 아주 뜻 깊은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다른 둘레길 보다도 한라산 정상 가까이 있어서인지 둘레길을 벗어나면 숲이 아주 울창합니다. (따라하진 마세요 정말 위험합니다)
나무들도 하나같이 크고 충직한 장수의 결기같은 것이 보였고,
한라산백록담에서 한 천번을 굴러 거기에 선 듯,
바위들의 거친 숨소리가 심오한 형상으로 굳어진 오늘,
그 내면에는 아직도 뜨겁게 치솟던 그 꿈의 시간이 불씨처럼 살아있었습니다,
동백은 물론 물먹은 푸른 이끼의 천국,
지금껏 보지도 듣지도 못 한 식물들의 재잘대는 이야기들,
인간의 눈치없는 행동에 뛸까, 말까 고민하다 귀찮다는 몸짓이 확연한 느릿느릿 숲으로 사라지던
그 눈빛이 넘 사랑스러운 노루,
어쩌다 마주치는 종족도 여기선 촘촘한 경계를 허물게 하고
숲의 일원인 나무처럼 바위처럼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던 무언의 그 눈빛이 참 고운 날이었습니다.
한나절 숲의 옷을 입고 알몸으로 걸었던 시간,
연두빛 웃음이 내혈관에 실뿌리를 내렸나봅니다.
골목길 어둠을 지키는 가등이
그 숲 동백처럼 환하게 저를 굽어보는 귀갓길입니다.